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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월드의 한 분기점"
황정은 월드의 한 분기점. <연년세세>(2020)와 <디디의 우산>(2019) 앞에 놓인 이야기, 황정은의 세번째 소설집을 다시 읽는다. <디디의 우산>의 앞 이야기인 <웃는 남자>가 새삼스럽게 읽힌다. 사랑과 상실에 대한 황정은의 질문. 왜 사랑하는 디디는 더 이상 이 세계에, 이 '의미도 희망도 사랑도 없는' 세계에 존재할 수 없나. 왜 무심한 거리는 디디의 머리를 부수어버렸나. 아무도 아닌 사람들은, 아무 것도 아닌 장면들 속에서 반복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반복되는 소음에 신경증을 앓고, 에스컬레이터 끄트머리에서 휴대폰을 보며 길을 막는 청년의 무표정한 얼굴에 '다시금 사람이 싫어'(<누가>)지고, 왜 "내가 왜 누군가를 신경써야 해? 진주요, 아줌마 딸, 그애가 누군데요? 아무도 아니고요, 나한텐 아무도 아니라고요."(<양의 미래>) 소리치고 싶고.
그렇지만 이 소설집은 동시에 '그 아름다운 것이 필요했다'(<명실>)라고, 쓴다. "사람이 날 때부터 존귀하다면 그것을 스스로 알아채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요?" (<복경>)라고 질문한다. 아무도 아닌 우리들이 실은 아무도 아닌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명제를, 소설은 황정은만의 한국어로 이야기한다. '완전히 닫혀버린 문처럼 막막한 것이 아니라 그 틈새로 아주 간신히 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것처럼 어슴푸레'한(초판 보도자료 中) 빛이 담긴 새로운 옷을 입고, 황정은 세계의 한 시점이 우리에게 다시 당도했다. - 도서팀 김효선(2020-11-25)
황정은 월드의 한 분기점. <연년세세>(2020)와 <디디의 우산>(2019) 앞에 놓인 이야기, 황정은의 세번째 소설집을 다시 읽는다. <디디의 우산>의 앞 이야기인 <웃는 남자>가 새삼스럽게 읽힌다. 사랑과 상실에 대한 황정은의 질문. 왜 사랑하는 디디는 더 이상 이 세계에, 이 '의미도 희망도 사랑도 없는' 세계에 존재할 수 없나. 왜 무심한 거리는 디디의 머리를 부수어버렸나. 아무도 아닌 사람들은, 아무 것도 아닌 장면들 속에서 반복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반복되는 소음에 신경증을 앓고, 에스컬레이터 끄트머리에서 휴대폰을 보며 길을 막는 청년의 무표정한 얼굴에 '다시금 사람이 싫어'(<누가>)지고, 왜 "내가 왜 누군가를 신경써야 해? 진주요, 아줌마 딸, 그애가 누군데요? 아무도 아니고요, 나한텐 아무도 아니라고요."(<양의 미래>) 소리치고 싶고.
그렇지만 이 소설집은 동시에 '그 아름다운 것이 필요했다'(<명실>)라고, 쓴다. "사람이 날 때부터 존귀하다면 그것을 스스로 알아채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요?" (<복경>)라고 질문한다. 아무도 아닌 우리들이 실은 아무도 아닌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명제를, 소설은 황정은만의 한국어로 이야기한다. '완전히 닫혀버린 문처럼 막막한 것이 아니라 그 틈새로 아주 간신히 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것처럼 어슴푸레'한(초판 보도자료 中) 빛이 담긴 새로운 옷을 입고, 황정은 세계의 한 시점이 우리에게 다시 당도했다. - 도서팀 김효선(2020-11-25)